오랜만에 명신이와 술 한잔했다. 오늘의 메뉴는 전에 갔던 치요가였다. 둘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그냥 편하고 한적한 곳으로 골랐다. 배를 채우기 보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고팠다.
명신이가 오기전에는 간단히 맥주 한 잔 할 동료가 없었다. 유일한 퇴근길 술 친구는 상무님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매일 야근할 때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지금은 나도 시간맞춰 퇴근하기 바쁘다. 월, 수 테니스 레슨인데다 약속 하나라도 잡히면 주 3일은 무조건 칼퇴다.
오늘 조부장이 없어서 그런지 명신이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이번주 대구 출장이 없어 적당한 날 술 한잔하려고 했었는데 오늘이 날이다 싶었다. 6시가 되자 각자 퇴근하는 척 따로 나와 따릉이 대여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슨 사내연애 하는것도 아니고, 왜 그래야 하나 싶지만 어쩔수 없다. )
나와 명신이는 지난번과 같은 창가쪽에 앉아 크리스피 치킨과 500 두잔을 시켰다. 먼저 나온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고 늦게 나온 치킨 대신 명신이의 근황을 안주 삼았다.
8시반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따릉이 대여소로 향했다. 요즘 티머니고에서 대중교통 환승 이벤트중이라고 명신이한테 알려줬더니 그 후로 신나게 타고 다니는 듯 했다. 각자 한대씩 핸들을 잡고 안장에 올라 앉아 패달을 밟았다. 명신이는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부터 해맑게 웃고 있었고 패달을 박차며 괴성을 질렀다. 나도 덩달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치킨집에서 나오기 전만해도 길 잃은 고양이 마냥 둘다 근심 한가득이었는데 말이다.
목적지는 오르막길인 양재가 아닌 매봉으로 향했다. 매봉역쪽은 비교적 평지라 조금 멀어도 자전거로 달리기에 좋은 코스였다. 점심에 내린 소나기 덕분인지 선선하니 땀도 안나고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밤이었다.
행복하자 명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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